만물의 피곤함을 사람이 말로 다 할수 없나니 눈을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 하도다.

인생의 피곤함을 말한 3000여년전 솔로몬왕의 고백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삶의 피곤함이야 어찌 그때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고시원업 또한 무한경쟁속에 영세한 영업을 하고 있기에 서로의 피곤함이 자유게시판글을 통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바꿔 세상을 다시 보면 마음 따뜻하고 훈훈한 감동을 주며 사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그래서 내가 만나 감동을 받은 몇 사람을 앞으로 소개하며 어려운 세상의 삶속에서 힘과 위로를 얻어보고자 한다. 서로가 같이 이런 사람들을 소개하며 희망으로 새해를 지냈으면 좋겠다. 인생의 초점을 빛에 맞출것이냐 어둠에 둘것이냐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그 첫 번째로 나이도 많고 보행이 곤란한 어느 노인의 자식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보면서 나의 부모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이야기다.
나는 수년째 매주 목요일이면 삼성동에 있는 강남의료원의 환자를 찾아간다.
그날도 삼성역 전철에서 내려 병원으로 가던 중 한 노인을 만났다.
길을 묻는다. 강남의료원을 간다고 한다. 가는곳이 같아 동행을 하기로 하는데 걸음을 잘 걷지 못해서 내가 부축해 가면서 걸으며 이야기를 했다.
사연을 들은즉 아들이 강남의료원에 입원해 있는데 풍납동 아산병원으로 잘못 찾아갔다가 이곳으로 오는 중이란다. 매우 피곤한 모습이다. 어깨에는 배낭을 매었는데 아들을 주기 위해 한약을 달여서 가는 중이란다. 돈이 없어 한약방에 가서 여러번 사정하여 외상으로 한약 한 제를 지어가지고 간다고 한다.
아들이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서 은행으로부터 집을 경매당하고 화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치료되었다가 다시 아파서 입원하였단다. 아들은 64세이고 며느리는 아들간병 때문에 병원에 있어 85세의 노인 혼자 집에서 지내고 있은지가 6개월이나 되었단다.
노인과 어렵게 걸어서 병원에 도착하여 며느리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니 잠시후 1층 현관으로 며느리가 내려왔다. 며느리가 노인을 보면서 울며 왜 오셨느냐고 야단이다. 한약을 만들어 왔다니까 더욱 슬피 울며 약을 먹을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 먹으며, 병도 화병이 아니라 뇌종양으로 식물인간 상태인데 한약을 달여 오셨느냐고 원망 반 슬픔 반으로 울어댄다.
노인 또한 주저앉아버린다. 아들 살려보겠다는 부모의 애타는 노력이 허사가 되는 순간이다. 85세의 부모가 자식 살려보겠다고 얼마나 간청하였기에 외상으로 약 한 제를 지었겠으며, 힘든 몸으로 풍납동까지 갔다가 다시 삼성동으로 찾아왔으나 아들은 이미 식물인간 상태라니.
며느리가 다시 말한다. 아들의 병을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시부모님이 먼저 세상 떠날 것 같아 지금까지 숨기고 말을 못했단다.
늙어서 몸을 이기지 못하면서도 자식을 찾아나서는 부모.
아들의 병을 고쳐보겠다고 외상으로 한약 한 제를 준비해서 자식이 나을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자식을 찾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의 부모님이 생각난다.
먼저 가신 부모님도 성치못한 몸과 가난속에서도 이 못난 아들만을 생각하셨고, 당신의 희망으로 알고 살다가셨다.
가난이 죄가 되어 부모님을 끝내 모시지 못하고 시골에서 살다 가셨다.
저 노인의 마음이, 나의 부모님의 마음이었을텐데.
세상 살기 힘들때는 오히려 부모님을 원망하던 때도 있었으니 나는 참으로 불효한, 악한 아들이었다.
불효자를 용서하여 주소서.

2007. 1. 5

해오름 고시원
김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