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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시원하면 보통 고시공부 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생각하실텐데요

요즘은 그렇지만도 않은 듯 싶습니다.

네~ 지나다 보면 유흥가에도 고시원이 보여 저기에서 어떻게 공부할까..이런 걱정도 들던데, 알고보니 고시생보다는 정작 고시와는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고시원이 더 이상 고시생들만의 세상이 아니라는 얘긴데, 그러다 보니 여러 문제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고시원 속을 정지주 기자가 들여다 봤습니다.

고시원이 왜 이렇게 변한거죠?

<리포트>

네. 일단 고시원의 경우 사업자 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고 관리하는 주무부처도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최근엔, 고시원 간판을 내걸고, 사실상의 여관 영업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데요,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고시원에 거처하는 사람의 70% 이상이 고시생이 아니라고 합니다.

관리까지 소홀하다보니 정작 고시생들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무늬만 고시원, 그곳에서 일어나는 문제점들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유흥가. 술집과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난데없이 고시원 간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인터뷰> 고시원 주인:“여기는 학생들은 별로 없어요. 어차피 대학가가 아니니까,,강남 쪽이라 직장인들...”

고시공부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유흥가의 고시원. 유흥업소 종업원이 오히려 많고,심지어 혼숙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인터뷰> 고시원 주인:“여자 남자가 들어와서 자고 간다고 그러면 자고 가라고 그러고..들어 올 때는 나 혼자 계약을 한단 말이야. 내가 여자면 남자친구도 데려 오고 싶고..”.

취재팀은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한 고시원을 찾아갔습니다. 올라가는 길에는 웬 직업소개소 표시부터 눈에 들어왔는데요, 바로 고시원 사무실 옆에 있었습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우리는 24시간 개방입니다. 시간은 관계가 없어요. 20호실에 사는 아가씨도 언니하고 같이 사는데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면서 일을 하고 다니고 밤늦게 왔다 갔다 하고 밤일하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고..”

불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데다 비좁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방 안 구조. 잠만 자고 나가기에도 불편해 보입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여긴 창문 없고 20만원..”

남녀 방을 따로 나눠놓지도 않은 이 고시원은 화장실과 샤워실까지도 남녀가 함께 사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 “(누구나 쓸 수 있는 거예요?) 네..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고”

여관과 다름없는 고시원. 그렇다면 왜 굳이 고시원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숙박시설과는 달리 고시원은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쉽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굳이 유흥가가 아니더라도 요즘 고시원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더 많습니다. 방값이 싸기 때문인데요. 보증금 없이 20만원 정도면 먹고 자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연고도 없는 분들도 있고 가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돈을 모아서 방을 얻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이 하루 먹고 하루 살고 그렇게 되니까 옛날 숙박업소처럼 그런 고시원들이 내가 알기로는 70~80%정도 되는 것 같아요”

지난 19일 저녁 한 고시원에서는 한 50대 남자가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이 모씨로 밝혀진 남자가 숨져있던 곳은 한평 남짓한 방안이었는데요

<인터뷰> 고시원 거주자:“이틀째 (방에서) 안 나오고 3일째 되는 날 보니까 방에 불은 켜져 있는데 두드려도 안 열어주니까 총무한테 키를 달라고 해서 보니까 그렇게 가신 거예요”

당시 이씨는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부인과 이혼한 뒤 몇 년째 홀로 고시원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밥을 제대로..고시원에서 누가 끼니를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술 좋아하는 사람은 술 먹으면 그게 끝이고..몸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병원 치료는 안 받지. 알콜 중독에 간경화지..그러니까 거기서 각혈을 하고 돌아가신 거예요”

비단 이씨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생활이 어려운 일용직 근로자들 역시 싼값에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고시원을 찾고 있는 실정입니다.

서울 영등포역 근처의 한 고시원.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 남자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인터뷰> 고시원 주인:“노숙자 생활 하는 사람들이 겨울이니까 추우니까 이런 데를(고시원을) 오는데 방세도 제대로 못내요. 못내는 사람들이 많아”

저녁이 되자 일을 끝내고 돌아온 듯 4,50대 남자들은 식당으로 모여듭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중년 남자는 2년 전 일거리를 구하려 가족을 두고 서울에 왔다고 하는데요, 이런 사람들이 많다보니 고시원 옆에는 아예 직업소개소 사무실이 붙어있습니다.

<인터뷰> 일용직 근로자:“여기 있는 사람들은 새벽에 다 인력시장 가서 마치고 오고 보통 (저녁) 6시 반 7시 되면 오고..지방에서 객지에서 와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노숙을 하는 것보다는 낫죠”

일반적으로 역 주변이나 인력시장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고시원이라면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들의 거처라고 보면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아침마다 고시원이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만 받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받으면 장사가 안 되잖아요. 이런 게 얼마나 많이 생겼는데 너무 많다 보니까 우후죽순처럼 생기니까 그냥 아무나 받는 거예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시원일수록 시설도 허술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좁은 통로와 창 하나 나있지 않은 한 평반짜리 방. 대부분이 거의 쪽방 수준입니다.

<인터뷰> 정원오 교수(성공회대):“한 1.5평 정도 되는 한 사람이 들어가면 딱 알맞은 두 사람이 들어가면 대화를 나누기도 비좁은..그 옆방과 옆방의 방음장치가 제대로 안되어 있고 또 공간을 분할하다보니까 환기 문제 창문이 제대로 안되어 있고요”

특별한 입실자격 없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데다, 관리도 소홀하다 보니 정작 고시원의 고시생들은 오히려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지난 16일에는 고시원 입실자들을 대상으로 금품을 훔쳐오던 3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남자 역시 고시원을 떠돌며 지내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고시원이 이제는 우범지대이다 보니 우리도 운영상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서울 종로에 있는 이 고시원에서도 한달 전 절도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처럼 고시원을 노리는 도둑이 많은 것은 고시원은 보통 24시간 개방돼 출입이 잦은데다 보안이 상대적으로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외부에서 들어오는지 여기 문이 24시간 개방이 돼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올 수도 있고, 내부자 소행일 수도 있고. 그거는 잡아야 아는데 못 잡으니까..”

손쉽게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시원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6천여개에 이르지만, 관리하는 주무부처도 없는 실정입니다. 또 건축법상 용도도 규정돼있지 않아 무늬만 고시원이더라도 단속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병선(한국고시원협회):“정부가 좀 더 간섭이 들어가야 할 때이고 제도권 안에서 관리를 해주십사 하는 겁니다. 제도권 안에서 관리를 하려면 고시원 특별법을 만들어서 양성화 해 주시고 불량시설은 당연히 도태를 시켜서..”

간판만 고시원으로 내걸고, 사실상의 여관으로 변질돼 가는 고시원들.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다보니 문제점도 많이 노출되고 있는 만큼 시설과 용도에 대한 재정비작업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