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고시원이나 독서실이 많다. 공부를 하려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몰입해야 하니 그 시설 내부는 주거와 숙식까지 겸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이런 고시텔이 원룸과 같은 주거공간으로 편법 운영되는 게 문제다.

원래 고시원은 크기가 1평 규모 안팎이었던 쪽방 형태였다. 그러나 요즘 고시텔은 그야말로 가로 2.5m에 세로 3.5m 크기의 방에 TV와 소형냉장고, 에어컨, 침대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화장실과 세탁시설까지 갖춘 곳도 많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이 단기 자취방처럼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과 전기료 등 비용 부담이 만만찮은 원룸에 비해 인기가 높다.

그러다보니 고시텔이 직장인이나 외국인 근로자 등의 주거시설로 변질되면서 취사나 음주 등이 자유롭게 이뤄져 화재발생 위험도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규모가 원룸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도 법적인 허가사항이 고시텔이다보니 주차시설 의무규정도 까다롭지 않다. 그러니 고시텔이 우후죽순 늘어나 이곳 주변을 주차장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런 사정을 아는 업자들이 요즘은 아예 독서실 용도로 공사를 해서 준공검사를 받고 난 뒤 리모델링을 통해 고시텔로 바꾸고 있다.

업자들이 관련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고시텔 관련 규정을 주거시설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현재 고시텔에 발코니나 취사도구 같은 게 들어갈 수 없도록 막고 있지만 건물주들이 준공검사 후 형태를 변경해 버린다. 이 고시텔은 좁은 공간에 여러 개의 방이 붙어 있는 만큼 작은 화재가 발생해도 대형 인명피해로 번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새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기사 게재 일자 2009-03-12